원가 전략 1부 · Costing

물류 표준원가의 이해
출고 1건에 얼마가 들어야 하는가

창고에서 가장 자주 나오고 가장 자주 틀리는 문답이 있습니다.

"출고 1건 처리하는 데 원가가 얼마나 드나요?" "작년 센터 운영비를 출고 건수로 나누면 2,300원쯤 됩니다."

계산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답으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 2,300원 안에는 3분에 끝나는 단품 주문과 12분이 걸리는 합포장 주문이 섞여 있고, 11월의 잔업과 2월의 유휴가 섞여 있고, 어떤 화주사의 흑자와 다른 화주사의 적자가 서로를 가려 주고 있습니다. 평균은 편리합니다. 다만 평균에 정확히 해당하는 주문은 창고에 한 건도 없습니다.

원가를 나중에 세면 늘 이렇게 됩니다. 월말 결산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부검 결과지고, 부검으로는 환자를 살리지 못합니다.

이 시리즈는 물류 원가를 미리 정해 두고, 실제와의 차이를 읽는 방식으로 다룹니다. 첫 편은 그 출발점 — 표준원가입니다.

표준원가는 예측이 아니다

표준원가(standard cost)는 회계 교과서에서 이렇게 정의됩니다.

표준원가 = 표준수량 × 표준가격

물류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출고 1건에 몇 분이 들어야 하는가(표준시간), 그리고 그 1분의 값은 얼마인가(표준요율). 두 개를 곱하면 출고 1건의 표준원가가 나옵니다.

여기서 세 가지를 먼저 구분해 둬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게 자주 뒤섞이고, 뒤섞이면 표준원가는 금방 무력해집니다.

구분답하는 질문단위바뀌는 주기
예측(forecast)다음 달에 얼마 나올까총액매달
예산(budget)얼마까지 쓰기로 했나총액연 1회
표준원가(standard)1건에 얼마가 들어야 하나단위당공정이 바뀔 때

예측은 맞히려고 만듭니다. 예산은 지키려고 만듭니다. 표준원가는 비교하려고 만듭니다. 그래서 표준원가의 산출물은 원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실제와의 차이(variance)입니다.

이 차이가 문장을 갈라 줍니다. "이번 달 출고 원가가 18% 올랐다"는 한 문장은 아무 지시도 내리지 못합니다. 반면 "물량 대비 시간이 12% 더 들었고, 시간당 단가가 6% 비쌌다"는 두 문장은 각각 다른 부서로 갑니다. 앞 문장은 현장으로, 뒤 문장은 인사·구매로.

표준원가는 정확할 필요가 없다 — 이게 가장 오해받는 지점입니다. 표준시간이 5.5분인데 실제가 6.1분이면 표준이 틀린 걸까요? 아닙니다. 그 0.6분이 어디서 왔는지 물을 수 있게 된 것이 성과입니다. 표준원가에 필요한 건 절대적 정확성이 아니라 일관성입니다. 매달 같은 자로 재면, 자가 조금 휘어 있어도 변화는 정확히 읽힙니다.

창고에서 표준원가가 유독 중요한 이유

제조업에는 BOM이 있습니다. 이 제품을 만들려면 어떤 자재가 몇 개 필요하고 몇 분이 걸리는지가 설계 단계부터 문서로 존재합니다. 표준원가를 세우기가 상대적으로 쉽죠.

물류에는 BOM이 없습니다. 그리고 "출고 1건"이라는 단위는 생각보다 훨씬 불균질합니다. 같은 1건인데 라인이 1개일 수도 7개일 수도 있고, 낱개일 수도 완박스일 수도 있고, 재고가 A존 통로 끝에 있을 수도 D존 상단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이런 수준의 편차는 불량이지만, 물류에서는 그게 정상 업무입니다.

그런데 원가 구조는 냉정합니다. 여러 조사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 물류센터 운영비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입니다. 최근 업계 자료들은 DC 운영비 중 인건비 비중을 45~57%에서 50~70% 사이로 잡습니다. 그리고 인건비는 언제나 시간 × 요율로 분해됩니다. 즉 창고 원가의 절반 이상이 시간이라는 물리량 위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측정되지 않으면 원가의 절반이 측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측정되지 않은 절반은 늘 같은 방식으로 사라집니다 — 매출은 청구서에 또렷이 찍히고, 원가는 현장에 흩어진 채 소멸합니다.

3PL이라면 문제는 한 겹 더 있습니다. 3PL은 단가로 팔고 시간으로 삽니다. 청구는 건당·파렛트당으로 나가는데, 지출은 시간당으로 나갑니다. 이 두 단위를 잇는 환율이 표준시간입니다. 환율을 모르는 채로 단가표에 사인하는 일이 업계에서 얼마나 흔한지는, 갱신 협상 때마다 나오는 "이 화주사는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질문이 증명합니다.

자사물류(1PL)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사내 물류비를 사업부·제품에 배분할 근거가 없으면 물류는 영원히 "비용 부서"로 남습니다. 원가를 단위로 쪼갤 수 있는 조직만 물류비를 줄일 대상이 아니라 설명할 대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표준원가는 세 부품으로 조립된다

표준원가를 세우는 일은 세 가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활동, 표준시간, 표준요율. 순서도 이 순서가 맞습니다.

① 활동과 원가동인 — 절반은 여기서 결정된다

활동(activity)은 원가를 붙일 단위입니다. 입고, 검수, 적치, 보충, 피킹, 포장, 출하, 반품 처리, 부가작업(라벨·검사·세트조립) 정도로 쪼개면 대부분의 센터가 커버됩니다.

각 활동에는 원가동인(cost driver)을 하나 붙입니다. 그 활동의 일량을 대표하는 물리량이죠. 이 선택이 표준원가 작업의 절반입니다. 잘못 고르면 그 뒤 계산이 전부 정교하게 틀립니다.

활동적절한 원가동인흔한 오답오답이 만드는 왜곡
입고·검수파렛트 수 / 케이스 수 / SKU 수ASN 건수1파렛트 입고와 40파렛트 입고가 같아짐
적치적치 지시 수 (거리 가중)수량(EA)낱개 다품종 입고가 과소 계상
피킹피킹 라인 수주문 건수라인 많은 화주사가 공짜로 처리됨
포장박스 수 (규격별)주문 건수분할 출고·대형 박스가 숨음
보관파렛트·일 또는 로케이션·일월말 재고 수량월중에 들락날락한 재고가 무료

가장 자주 보는 오답은 피킹을 '주문 건수'로 재는 것입니다. 라인이 1개인 화주사와 6개인 화주사가 같은 원가를 배정받으면, 뒤쪽 화주사는 계약상 흑자인데 실제로는 적자입니다. 그리고 이 적자는 리포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 애초에 그렇게 세도록 설계했으니까요.

동인은 두 개 이상 쓸 수 있다 — 피킹처럼 편차가 큰 활동은 건당 고정분 + 라인당 변동분의 2단 구조가 훨씬 잘 맞습니다. 주문을 잡고 토트를 준비하는 시간은 라인 수와 무관하고, 걷고 집는 시간은 라인 수에 비례하니까요. 실제 계약 단가표가 "출고 기본료 + 라인 추가료"로 쓰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가 구조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② 표준시간 — 정미시간에 여유율을 더한다

표준시간(standard time)은 산업공학에서 나온 개념이고, 공식은 단순합니다.

표준시간 = 정미시간 × (1 + 여유율)

정미시간(normal time)은 숙련자가 정상 속도로, 방해 없이 그 작업만 했을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여기에 여유율(PF&D allowance)을 더합니다 — 개인 용무(Personal), 피로(Fatigue), 불가피한 지연(Delay). 산업공학 관행에서 통상 9~15% 범위를 쓰고, 물류 현장이라면 15% 근처가 현실적입니다.

여유율을 빼먹는 게 초보자의 첫 실수입니다. 여유율 0%는 사람이 8시간 내내 화장실도 안 가고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가정이고, 그 가정으로 만든 표준은 매달 불리한 차이만 뱉어냅니다. 그러면 현장은 표준을 안 믿게 되고, 안 믿는 표준은 존재하지 않는 표준과 같습니다.

표준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고, 셋 다 쓸 자리가 있습니다.

방식만드는 법정확도구축 부담쓸 자리
이력 기준과거 실적의 중위값(P50)낮음거의 없음첫 달 잠정 표준
합리적 기대치관리자 판단 + 표본 관측중간낮음변동 큰 신규 작업
공학적 표준시간연구(스톱워치) 또는 기정시간표준(MOST·MTM)높음높음물량 큰 핵심 활동

여기서 실무적인 조언 하나. 처음부터 공학적 표준을 만들려 하면 대개 시작조차 못 합니다. 컨설팅 견적을 받고 시간연구 일정을 잡다가 반년이 지나갑니다. 물량 상위 3개 활동만 공학적으로 잡고 나머지는 이력 P50으로 두는 편이, 전부 정밀하게 세우려다 아무것도 못 세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주의할 함정은 이력 기준의 성격입니다. 평균은 표준이 아닙니다. 신입 3주차와 5년차가 섞인 평균은 "지금 우리 센터가 이 정도로 한다"는 관측값일 뿐, "이 정도로 해야 한다"는 기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력을 쓸 때도 평균이 아니라 중위값 이상, 그리고 숙련 구간을 분리해 봐야 합니다. 참고로 현장 관행에서는 숙련 곡선을 표준의 1~3주차 70%, 4~8주차 85%, 9주차부터 100%로 단계 적용하는 방식을 씁니다. 신입 비중이 높은 달에 능률차이가 튀는 걸 표준 탓으로 오해하지 않으려면 이 구분이 필요합니다.

③ 표준요율 — 대부분 여기서 틀린다

표준요율은 "1시간의 값"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자주 과소 계상되는 부분입니다. 시급을 그대로 넣으면 원가는 통째로 낮게 나옵니다.

직접노무의 표준요율은 최소한 이렇게 쌓아야 합니다.

이걸 다 얹으면 부담 포함 시급은 기본 시급의 1.2배 안팎이 됩니다. 기본 12,000원이면 실제 표준요율은 14,700원 근처죠. 이 20%를 빼먹은 표준원가로 단가를 산정하면, 계약은 맺는 순간부터 적자입니다.

간접비는 별도 배부율로 얹습니다. 임차료·감가상각·유틸리티·관리직 인건비·시스템 비용을 모아, 기준조업도(월 직접작업시간)로 나눕니다.

왜 '기준'조업도인가 — 간접비 배부율의 분모를 실제 작업시간으로 두면, 물량이 빠진 달에 배부율이 저절로 올라 단위원가가 부풀고, 물량이 몰린 달엔 내려갑니다. 원가가 물량을 따라 출렁이면 비교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분모는 정상 조업 수준으로 고정하고, 실제와의 차이는 뒤에서 조업도차이로 따로 뽑습니다. 미흡수된 고정비를 단위원가에 숨기지 않고 별도 항목으로 드러내는 것 — 표준원가의 설계 의도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계산해 보자 — 출고 1건의 표준원가

숫자를 넣어 봐야 감이 잡힙니다. B2C 단품 출고 기준으로 조립해 보겠습니다.

표준시간부터.

공정정미시간
피킹(이동 + 집품)2.4분
검품0.6분
포장1.4분
송장 부착 · 출하 대기0.4분
정미시간 합계4.8분
여유율 15% 적용× 1.15
표준시간5.5분

표준요율. 기본 시급 12,000원 + 부담률 23% = 14,760원/시간. 센터 월 고정비 3,500만 원 ÷ 기준조업도 5,000시간 = 간접비 배부율 7,000원/시간.

표준원가.

항목계산금액
표준 노무원가5.5분 ÷ 60 × 14,760원1,353원
표준 간접원가5.5분 ÷ 60 × 7,000원642원
출고 1건 표준원가(보관료·부자재 별도)1,995원

이제 같은 방식으로 라인 5개짜리 합포장 주문을 세면 어떻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피킹이 라인당 1.1분씩 붙고 검품·포장도 늘어 정미시간이 10.5분, 표준시간은 12.1분이 됩니다. 표준원가는 4,388원. 단품의 2.2배입니다.

그러니 맨 처음의 "평균 2,300원"이 무슨 뜻이었는지가 이제 보입니다. 그 평균은 단품(약 2,000원)에 가까운 값이고, 라인이 많은 화주사의 실제 원가(약 4,400원)를 절반 이하로 과소 계상하고 있었습니다. 평균 단가로 청구하는 3PL은 라인 많은 화주사에게 조용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평균 원가로 계약하면, 단순한 화주사가 복잡한 화주사의 원가를 대신 냅니다.

표준원가의 진짜 산출물은 '차이'다

표준을 세운 다음 달부터 본론이 시작됩니다. 실제와 표준의 차이를 쪼개는 일이죠. 회계에서는 이걸 차이분석(variance analysis)이라고 부르고, 물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위 표준(5.5분 / 14,760원)을 쓰는 센터에서 이번 달 출고가 20,000건, 실제 투입 2,050시간, 실제 인건비 3,200만 원이 나왔다고 하죠.

항목계산금액
표준 허용시간20,000건 × 5.5분1,833시간
표준 노무원가1,833시간 × 14,760원27,060,000원
실제 노무원가32,000,000원
총차이실제 − 표준4,940,000원 불리

이 494만 원을 두 조각으로 쪼갭니다.

차이공식금액읽는 법
요율차이(실제요율 − 표준요율) × 실제시간1,742,000원 불리비싸게 샀다
능률차이(실제시간 − 표준시간) × 표준요율3,198,000원 불리많이 썼다

실제요율은 3,200만 원 ÷ 2,050시간 = 15,610원, 표준보다 5.8% 비쌌습니다. 실제시간은 표준 허용치보다 11.8% 많았습니다. 그리고 원가 초과분 494만 원 가운데 약 65%는 시간에서, 35%는 단가에서 왔습니다.

이 한 줄이 표준원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원가가 18% 초과됐다"에서는 아무 행동도 나오지 않지만, "초과의 3분의 2가 시간이다"에서는 나옵니다. 잔업 단가를 깎는 협상이 아니라, 왜 20,000건에 2,050시간이 들었는지를 보게 되니까요. 신입이 많았나, 슬로팅이 흐트러졌나, 합포장 비중이 올랐나, 아니면 표준시간 5.5분이 이제 현실과 맞지 않나.

여기에 세 번째 차이가 붙습니다. 조업도차이입니다. 고정비 3,500만 원을 기준조업도 5,000시간으로 배부하기로 했는데 실제 조업이 4,300시간에 그쳤다면, 700시간 × 7,000원 = 490만 원의 고정비가 흡수되지 못한 채 남습니다.

차이마다 주인이 다르다 — 이 구분이 표준원가의 조직적 효용입니다. 요율차이는 인사·구매(임금 인상, 파견 단가, 잔업 편성)로, 능률차이는 현장(동선, 교육, 작업 방법)으로, 조업도차이는 영업(물량 확보)으로 갑니다. 조업도차이를 현장 성과로 평가하면 현장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숫자로 야단맞고, 그 순간부터 표준원가는 관리 도구가 아니라 정치 도구가 됩니다.

표준원가가 실패하는 다섯 가지 방식

표준원가는 제조업에서 한 차례 크게 비판받은 도구입니다. 린 회계 진영에서는 "표준원가가 개선을 방해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죠. 그 비판을 무시하지 말고 읽어 보면, 문제는 대개 표준원가 자체가 아니라 운영 방식에 있었습니다. 물류에서 반복되는 실패 유형도 거의 같습니다.

① 표준이 낡는다.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입니다. 표준 재산정 주기의 모범 관행은 18~24개월인데, 현실은 3~5년에 한 번이거나 아예 방치입니다. 그사이 창고는 달라집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커머스 주문 복잡도 때문에 DC의 개별 태스크 종류가 2018년 이후 3~4배로 늘었고, 옴니채널 센터에서는 12종 남짓이던 작업이 40~50종까지 벌어졌습니다. 컨베이어를 깔거나 put wall을 들이거나 배치 피킹으로 바꾼 다음에도 옛 표준을 쓰면, 그 표준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창고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② 평균을 표준이라고 부른다. 이력 평균은 관측이고 표준은 기준입니다. 둘을 같은 것으로 쓰면 개선은 영원히 0으로 나옵니다. 어제만큼 했으면 차이가 0이니까요.

③ 표준을 성과 채점표로만 쓴다. 표준원가의 1차 목적은 원가 귀속이고, 개인 평가는 부산물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현장은 표준을 게임합니다. 쉬운 주문을 골라 잡고, 어려운 건 미루고, 시스템에 찍히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게 됩니다.

④ 비생산 시간을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게 표준원가에서 가장 조용히 새는 곳입니다. 업계 분석은 총 지급 시간의 약 25%가 이동·교대 인계·대기·수기 확인 같은 비생산 활동에 쓰인다고 봅니다. 이 25%를 표준에 반영하지 않으면 그만큼이 매달 원인 불명의 불리한 차이로 나타납니다. 참고로 노동 활용률을 5%만 개선해도 중형 DC에서 연 40만~70만 달러가 절약된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사라진 시간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⑤ 원장이 없는데 표준을 세운다. 표준시간이 있어도 실제시간이 기록되지 않으면 차이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활동 단위로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가 원장에 남지 않는 창고에서 표준원가는 그냥 벽에 붙은 종이입니다. 순서는 늘 이렇습니다 — 측정이 먼저, 표준이 나중.

2026년, 원가를 다시 세게 만드는 힘

표준원가는 오래된 도구인데, 지금 다시 볼 이유가 몇 개 생겼습니다.

① 총액 지표가 내려가도 단위원가는 안 내려간다.

2026년 CSCMP 물류 현황 보고서(Kearney 작성, 6월 16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 기업물류비는 2.4조 달러 · GDP의 7.8%로, 전년의 2.6조 달러·8.7%에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물류가 싸졌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총액 비율은 운임 시장과 GDP라는 분모가 함께 움직여 만든 값이고, 창고 1건의 원가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해 같은 보고서가 노동 시장과 생산성 제약을 구조적 압력으로 꼽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죠. 거시 지표로 자기 단위원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남의 체온으로 내 열을 재는 일입니다.

② 인건비는 여전히 최대 항목이고, 3PL은 그 압력을 직접 받는다.

미국 3PL 창고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연례 벤치마크 조사(Extensiv)에서 응답자의 70%가 인건비 상승을 겪었다고 답했고, 53%는 인건비가 전체 사업 비용의 40%를 넘는다고 답했습니다. 한국도 방향은 같습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2.9%)이고, 민간 3PL 단가에 최저임금을 자동 연동하는 제도는 없습니다. 인건비는 지수로 오르고, 단가는 협상으로만 오릅니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원가 근거입니다.

③ 변동비가 고정비로 옮겨 간다.

자동화 투자는 인건비(변동비)를 감가상각(고정비)으로 바꿉니다. 업계 추정으로 공정 개선은 15~30%의 인건비 절감을 자본 투입 거의 없이 내지만, 자동화는 30~50%를 내는 대신 18~36개월의 회수 기간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원가 관리의 성격이 바뀝니다. 고정비 비중이 커진 센터는 물량이 빠지는 달에 조업도차이로 얻어맞습니다. 자동화한 창고일수록 손익분기 물량을 알아야 하고, 손익분기 물량은 고정비와 단위 공헌이익을 나눠야 나옵니다. 둘 다 표준원가에서 나옵니다.

④ 관세가 원가를 '단가'에서 '시나리오'로 밀어냈다.

2025년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약 17%까지 올랐습니다. 그 결과 조달 판단에서 정적인 단가 비교가 무력해지고, 3~5개의 관세 시나리오별로 총 도착원가(landed cost)를 모델링하는 방식이 확산됐습니다. 관세 자체는 창고 원가가 아니지만 파급은 창고까지 옵니다. 소싱을 옮기면 입고 로트 크기, 리드타임, 안전재고, 보관 회전이 전부 달라지고 — 그게 곧 표준시간과 조업도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원가를 단일 값이 아니라 시나리오별로 세워 두는 습관이 필요해졌습니다.

⑤ AI가 판단하려면 기준선이 있어야 한다.

같은 CSCMP 보고서는 AI가 "시도해 볼 기술에서 특정 영역에서 측정 가능한 상업적 수익을 내는 기술로 넘어왔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AI든 예측 모델이든 "이건 비정상이다"라고 말하려면 정상이 정의돼 있어야 합니다. 표준이 없는 데이터에서 모델이 내놓는 건 이상 탐지가 아니라 과거의 관성입니다. 표준원가는 자동화 시대에 낡은 도구가 아니라, 자동화된 판단이 기대는 기준선입니다.

한국 데이터로 확인하기 — 대한상공회의소가 2023년 말 1,518개사(대기업 254·중소기업 1,264)를 조사한 결과, 2022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대비 물류비는 6.87%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규모별 격차입니다. 매출 500억 원 미만 기업이 7.80%, 3,000억 원 이상 기업이 4.39%. 거의 두 배 차이죠. 물량 규모의 효과도 있지만, 원가를 단위로 관리하는 역량 차이도 여기에 섞여 있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물류비 비중이 크다는 건, 규모가 작을수록 원가 관리의 수익률이 높다는 말도 됩니다.

한국에는 이미 표준이 있다 — 기업물류비 산정지침

물류원가를 다룰 때 반드시 알아 둘 국내 규범이 하나 있습니다. 기업물류비 산정지침입니다. 물류정책기본법 제26조에 근거하고, 현행은 국토교통부고시 제2016-182호(2016년 4월 7일 시행)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공동으로 마련됐고, 적용은 의무가 아니라 임의입니다.

지침이 정의하는 물류비는 "물류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발생하거나 소비한 경제가치"입니다. 그리고 물류비를 여섯 개 축으로 분류합니다. 앞의 네 축은 실태 파악용, 뒤의 두 축은 관리용이라는 구분이 중요합니다.

구분세부
영역별실태 파악조달 · 사내 · 판매 · 리버스(회수·폐기·반품)
기능별실태 파악운송(수송·배송) · 보관 · 하역 · 포장 · 물류정보·관리
지급형태별실태 파악자가물류비 · 위탁물류비
세목별실태 파악재료비 · 노무비 · 경비 · 이자
관리항목별관리조직별 · 지역별 · 고객별 · 활동별 등
조업도별관리물류고정비 · 물류변동비

계산 방법도 두 갈래로 제시합니다. 일반기준은 원가회계 방식으로 별도의 원가자료에서 물류비를 계산하고, 간이기준은 재무회계 방식으로 회계장부와 재무제표에서 물류비를 추산합니다. 부담이 다르니 대부분의 기업이 간이기준으로 갑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지침은 물류비를 담는 그릇을 표준화했지, 단위 표준원가를 주지는 않습니다. 간이기준으로 뽑은 물류비는 "우리 회사 물류비가 매출의 몇 %"까지는 알려 주지만, "출고 1건에 얼마"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총액은 아는데 단위는 모르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이 지침의 여섯 축 중 표준원가와 직결되는 건 뒤의 두 개입니다. 조업도별(고정·변동)이 없으면 손익분기와 조업도차이를 못 세우고, 관리항목별(고객별·활동별)이 없으면 원가를 화주사에 붙일 수 없습니다. 지침이 "관리용"이라고 이름 붙인 두 축이 정확히 표준원가가 사는 자리입니다.

지침은 물류비를 어떻게 나눌지 정합니다. 표준원가는 그 칸에 들어갈 값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첫 달에 할 수 있는 것

표준원가를 제대로 세우는 프로젝트는 몇 달이 걸립니다. 그런데 시작은 한 달로 충분합니다. 완성도보다 한 바퀴 돌려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1. 활동을 5개로 줄인다. 입고, 적치, 피킹, 포장, 출하. 부가작업은 2회차에 붙입니다.
  2. 활동마다 원가동인을 하나씩 정한다. 피킹은 라인, 포장은 박스, 입고는 파렛트 또는 케이스. 완벽한 동인을 찾기보다 다음 달에도 같은 동인을 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고릅니다.
  3. 표준시간은 이력 P50으로 잠정 세팅한다. 시간연구는 나중에. 대신 이 값은 잠정임을 문서에 명시합니다.
  4. 표준요율에 부담률을 반드시 얹는다. 시급 × 1.2 안팎 + 간접비 배부율. 이 한 줄을 빼먹으면 첫 달 결과가 통째로 무의미해집니다.
  5. 한 달 돌리고 차이를 요율·능률로 쪼갠다. 여기서 처음으로 쓸 수 있는 정보가 나옵니다.
  6. 차이가 ±30%를 넘으면 표준을 의심한다. 현장이 아니라 표준을 먼저 보는 게 순서입니다. 첫 표준은 대개 틀리고, 그건 정상입니다.

그리고 실행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활동이 기록되지 않으면 표준원가는 계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실제시간이 없으면 차이가 없고, 차이가 없으면 표준원가는 그냥 예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창고 원장에 활동 단위 기록이 쌓이고 있는지 — 표준원가 작업의 진짜 선행 조건은 이것 하나입니다.

시리즈로 이어질 것들

이 글은 표준원가라는 자를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남은 네 편은 그 자를 어디에 대는지를 다룹니다.

주제다루는 질문
1부물류 표준원가의 이해1건에 얼마가 들어야 하는가 (이 글)
2부활동기준원가(ABC)그 원가를 어느 화주사에 붙이는가
3부원가동인과 표준시간 설계창고에서 시간을 어떻게 재는가
4부차이분석과 원가 통제매달 원가를 세 문장으로 읽는 법
5부원가에서 가격으로단가표·계약·수익성을 원가에 잇는 법

2부에서 다룰 활동기준원가는 표준원가의 경쟁 개념이 아닙니다. ABC는 원가가 흘러가는 경로를 정하고, 표준원가는 그 경로에 실릴 단위값을 정합니다. 둘이 붙어야 "이 화주사의 이번 달 원가는 얼마였고, 그중 얼마가 표준을 벗어났는가"라는 문장이 완성됩니다. 그 문장 없이 화주사별 손익을 보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3PL 화주사 수익성, 매출만 보면 안 되는 이유」에서 다뤘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준원가를 세우는 일의 성격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이건 회계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의입니다. "출고 1건은 5.5분이어야 한다"에 현장과 관리가 동의하는 순간, 그 5.5분은 원가 숫자를 넘어 공동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기준이 있는 조직만 개선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개선을 증명하지 못하면, 매년 협상 테이블에서 단가를 방어할 근거도 없습니다.

원가를 모르는 창고는 값을 매기지 못합니다. 남이 매긴 값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Docktre는 표준과 실제를 나란히 놓습니다

작업 원장에서 활동별 실제 시간을 모으고, 표준원가와의 차이를 화주사·활동 단위로 매달 마감합니다. 도입이 궁금하시면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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